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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초에 써놨던 무언가
복어독사건/회귀물
텅 비게 되어버린 너를 이해하기까지
"복어복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들의 질문에 대한 카라마츠의 대답이었다.
-
때는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웬일로 마츠노가 육쌍둥이가 다같이 심부름을 갔다오게 되었다. 역시나 6명을 시킬 만큼 짐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런지 다들 지쳐 무려 한달분의 8인 식사의 일부를 각자 길거리에 내려놓고 벤츠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이번이 몇번째 이신가요?"
언제부터 있었는 지 모를 천막에 앉아있는 점쟁이 아주머니가 대뜸 육둥이들을 향해 꺼낸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 중 한 명만을 제외하곤.
"한두번은 아니시군요. 텅 빈(카라) 걸 보니."
카라라는 말에 5명의 시선이 더해져 차남에게 꽂였다. 그런 시선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 차남은 벤츠에서 몸을 일으켜 점쟁이에게 다가가 무어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라하는 지는 작게 말해서 잘 들리지 않기에 형제들은 천막에 조심스레 다가가 듣기시작했다.
"형제분들께 말해보시죠. 외롭지 않습니까?"
"이미 말했지만, 믿어주지 않더군요."
뭐야, 대체 무슨 대화? 전혀 무슨 얘긴지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 몰래 엿듣는 상황이기에 각자 그런 생각을 머릿 속에 담아두며 가만히 대화를 들었다.
"이번에는 다를겁니다."
"그렇다면, 좋겠군요."
쓸쓸하게 웃어보인 차남의 표정에 심각하게 쳐다보기도 잠시, 인사를 건내고서 나올 기미가 보이자 형제들은 재빨리 엿듣지 않은 척 하며 벤츠에 앉았다. 카라마츠는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지, 형제들과 수북한 짐 사이로 언제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다.
"무.. 무슨 얘기 한 거야? 사기당한 거 아니지?"
토도마츠가 웃으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능청을 떨며 말했다.
"아아.. 그냥 좋은 조언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던 육둥이여서일까. 도무지 무슨 대화였던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형제들은 다시 그 점쟁이가 있던 곳에 찾아가 물어보려 했지만 이미 그 점쟁이가 있던 곳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 차남에게 우리가 직접 물어보는 수 밖에. 차남만을 제외한 채 치비타의 포차에 모여 앉은 형제들은 결국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원래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봤겠지만, 분명.. 카라마츠는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기에 물어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본인이 실토하게 만들어야지.
"카라마츠, 이 횽아! 궁금하게 있는데~."
"?무엇이 궁금한가. 브라더."
오소마츠가 대표로, 그 위에 다른 형제들이 문 뒤편에 숨어 그 광경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궁금해, 궁금해서 미치겠다고!
"전에 점쟁이 아줌마랑 무슨 얘기했어?"
"아, 전에 말했다시피 별 얘기 아니었다. 그다지 브라더들에게 흥미로울 얘기는 아니라구~?"
이건 얘기해 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약간의 식은 땀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재촉했다.
"아니아니, 궁금한데 말해주면 안될까? 우리가 믿지 않았다는 게 대체 뭔데?"
"역시나 엿듣고 있었군."
오소마츠는 그말에 흠칫 했지만 그다지 화나보이지는 않았기에 금세 의기양양한 태도로 돌아왔다.
"알려줄 순 없는거?"
형제들끼리 비밀 같은 거 만들면 좋지 않다구? 그 말에 마음약한 차남은 흔들리는 듯 했다. 거의 넘어왔어. 좀 만 더 있으면 스스로 말한다.
"그건.. 때가 되면 말하도록 하지."
그 대답에 가만히 있을 형제들이 아니었기에 숨어있던 녀석들까지 나와 모두가 강한 기세로 궁금하다고 했지만 그 모습에 차남은 여태껏 보지못한 슬픈 미소를 띠며 아직은 내가 준비가 안되어서 그렇다. 좀 만 기다려 주겠나?라며 자리를 피했다.
애초에 잠자코 기다릴 리가 없는 형제들이다. 데카판에게 약 제조를 맡기고서도 그동안 꾸준히 물어보고 떠보았다. 그럼에도 꿈적 않는 차남에 지쳐가길 일주일. 드디어 완성된 약을 카라마츠에게 준 푸딩에 뿌려놨다.
그것은 무려 솔직하게 다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약. 뭐든지 물어보면 거짓말 없이 그것에 관한 걸 이실직고 하게 만든다는 솔직해지는 약이다. 이거라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그다지 강압적이지도 않으니 오케이! 그것이 형제들의 생각이었다.
-
그럼, 믿어주겠다고 약속하겠는가?
-
"하아?"
대체 무슨 일이길래 우리한테 말 못하는거야? 라는 질문에 대한 동문서답같은 대답에 형제들은 눈 앞에 있는 차남을 잔뜩 찌푸린 눈으로 쳐다봤다. 언제나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녀석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었지만 그 얘기가 대체 왜 나오는건데? 애초에 이런 대답을 기대한 게 아니라 부끄러운 비밀 같은 것이 바로 나오길 기대했었다.
"나는 먹어본 기억이 있다."
"잠깐잠깐잠깐잠깐, 그거 먹으면 죽는다고? 그리고 여기서 왜 그 대답이 나오는건데?"
오소마츠가 약효가 이상한 건가 싶어 다급하게 말했지만 그 다음 이어진 카라마츠의 말로인해 이게 진짜 그것에 대한 대답이구나 알 수 있었다.
"기억이라고 말했다. 오소마츠. 이것은 그래, 모든 일의 시작을 말하고 있는거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복어독은 신경성독, 먹으면 그야말로 즉사. 그리고 나는...."
평상시라면 이런 조용한 분위기 속에 동생들 중 누구하나가 카라마츠의 말에 토를 달았을 테지만 그럴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인지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다음 카라마츠의 말에 그 침묵은 깨졌다.
"그때 죽었다."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드디어 미친거야? 라는 말이 동생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 오소마츠가 막았다.
"믿고 듣기로 했잖아? 그런 반응이면 카라마츠가 섭섭할 거라구~ 일단 듣고보자."
그 말에 조용해진 형제들을 흘깃 째려보고는 다시 카라마츠를 향해 고개를 돌린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웃으며 그래, 확실히 이번엔 제대로 믿어줄 지도 모르겠네. 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방금전 그런 말을 했던 토도마츠와 이치마츠도 그런 카라마츠의 반응에 미안한지 제대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 때 모두가 죽어버려서.. 이게 바로 인생의 끝이란 걸까. 생각하다가 정신차려보니 다시 그날로 돌아가 있었다. 12살의 마츠노 카라마츠로 다시."
"그게, 그러니까.. 너는 이번이 두번째 삶이라고? 아니지 전에 그 점쟁이가 한 말로는 세번 이상?"
쵸로마츠가 한 손으론 머리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라마츠의 어깨를 붙잡고선 말했다.
"논논, 그 정도의 횟수라면 여기까지 오진 않있다."
"에?"
"이번은 수많은 반복에 거쳐 완성된 세계, 그래.. 내게 있어선 142번째 마츠노 카라마츠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라고 하기엔, 죽은 원인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지만."
형제들이 대체 무슨.. 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하자 오소마츠는 재빨리 질문을 건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내고 있는거? 미래의 일을 알면 이렇게 안 지내도 되잖아? 경마표라던지 복권이라던지....
"그게, 세상엔 절대 넘어선 안되는 것들이 있지."
무슨 말이야?
"그래.. 일종의 틀이란 게 있다고 할까. 세상에 큰 영향을 줄 만할 일을 하면 세상이 그걸 거부한다. 난 그 틀을 넘어가지도 못한 채, 건드릴 때마다 죽어야했다."
죽음. 그 단어에 카라마츠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강렬하게 형제들에게 다가왔다. 그래, 죽음이라는 걸 여러번 경험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거 아닐까. 그런데 그것을 저렇게 덤덤하게 말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역시 약효가 이상하게 들었다거나 차남이 제대로 미친 거 아닐까 각자 생각하는 것은 달랐지만 조용히 카라마츠의 이야기를 들었다. 애초에 저런 어설픈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자기애가 충만해도 허언증 같은 것은 없는 녀석이다. 형제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넘은 적이 있다. 복어독으로 부터 살아남는데 무려 22번을 리스타트 해야만했다."
복어는 우리 구경도 못했는걸? 대체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난건데? 형제 중 누군가가 묻는 말에 잠깐의 틈도 없이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때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가까스로 모두가 초등학생 때까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지."
"초등학생 때까지라니..?"
어느새 진지하게 카라마츠의 말을 듣고 있던 형제들 사이에서 아까전까지만해도 미친거냐고 했던 이치마츠의 질문에 카라마츠는 할 말을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죽음이라는 걸 막는 것은 본래 그 큰 틀을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다. 넘어가는 걸로도 모잘라 본인이 원하는 쪽으로 휘게 만드는 수준이지. 그 틀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려 애쓴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 이 나이가 되기까지 몇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57번정도일까. 횟수로는 적은 편이지. 후에 방법을 터득해서 한번에 죽는 횟수는 상당히 줄어들었다만."
형제들의 얼굴은 그만큼 죽을 위기가 있었다는 말에 창백해져버렸다. 저 말들이 약에 의해 지어진 말들이라 해도 꽤나 소름끼치는 얘기들이었다.
"이렇게 똑같은 인생을 여러번 보내다보니 무언가를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남들과 초점도 달라져버렸다. 이름 그대로 카랏포인걸까. 그래도 보람은 있다. 이번생까지 합하면 남들만큼은 살았으니까."
"잠만.. 저번생엔 몇살까지 살았어?"
이치마츠가 두 눈을 크게 뜨고선 질문했다.
"걱정말라고. 브라더. 내 기억속의 브라더들은 그때까지는 다 살아남았다고!"
아, 그 말과 동시에 모두는 엄청난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버렸다.
"우리들은 이라니? 형은/너는?"
"......."
5명이 동시에 달려들자 잠깐동안 입을 뻥끗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푸딩, 먹지 말 걸 그랬나보군. 입을 열면 다 말할 수 밖에 없게되니까. 여기까지 온 건 처음이라 방심했다.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나쁜 건 아닌가."
알고서 먹었던 거야? 모두는 카라마츠의 말들이 모두 사실임이 점점 확실해지는 것 같아 두려워졌다.
"그 큰 틀이 아무리 옮겨도 이동하지 않는 것이라면 내가 먼저 선을 넘어 그 틀을 붙잡고 있으면 된다."
"그거, 전혀 이해안가니까?"
토도마츠가 소리쳤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그래. 작은 불행을 내게 모아 큰 불행을 막는것일까. 일상에서 트럭에 발가락을 찢는 것을 몇백번 몇천번 반복하면 한번은 살 수 있지 않을까."
"자.. 잠깐! 너의 그런 희생따윈 우린 필요없다고? 살려면 다 같이 살아야지!!"
오소마츠의 외침에 카라마츠는 슬퍼 보이는 눈을 하고선 오소마츠를 응시했다.
"안 그럼 다 같이 죽고만다."
카라마츠의 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는 주변이 온통 새까매진 상태로 공간이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여러번 생을 반복하는 카라마츠썰. 여러차례 삶을 살아왔지만 가족들에 애정은 전보다 더 높아졌지만 그만큼 관심은 가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삶은 30대가 되기 전에 끊겨버리는 걸 알고 있기에 홧김에 아무 형제에게 말해버리고. 다음 생은 카라마츠는 기억이 없고 형제들이 기억이 있어 생을 반복했던 기억이 없는 카라마츠를 살리기 위해 분개하고 노력하다 드디어 기억하고 있는 카라마츠와 만나는 타임물.이었는데 뒷부분 애매하게 쓰다 끊겨있어서 이만큼만.
사변으로 인해 깔끔한 죽음을 맞는걸로 해도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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